“사회적 증거가 선망, 질투, 그리고 금전적 인센티브와 결합하면 상당한 실수를 초래하는 지름길이 됩니다.” - <노마드 투자자 서한>
우리는 종종 '나만의 독립적인 판단'으로 투자를 결정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물어봅니다. 그 판단은 정말 내 안에서 치열하게 벼려낸 것일까요, 아니면 타인의 속도를 나의 방향으로 착각한 것일까요?
<노마드 투자자 서한>을 다시 읽어내려가다, 제 지난 실패의 원형을 정확히 꿰뚫는 문장을 만났습니다. 그 문장은 '사회적 증거'와 '질투', 그리고 '돈'이라는 욕망이 뒤엉켰을 때 얼마나 파괴적인 폭발력을 갖는지 경고하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타인의 속도에 휩쓸려 내 호흡을 잃어버리는 순간, 그리고 우리가 스스로를 가두는 '비교'라는 감옥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 독이 든 칵테일: 이성을 마비시키는 3단계
지난 글에서 고백했던 '오클로(Oklo)' 투자 실패는 정확히 이 문장의 경고가 현실이 된 뼈아픈 사례였습니다. 돌이켜보면 당시 제 이성을 마비시켰던 건, 세 가지 재료가 정교하게 배합된 독이 든 칵테일이었습니다.
첫 번째 재료는 '사회적 증거'와 '질투'였습니다. 제 주력 종목인 카바나는 지루한 침묵을 지키고 있는데, 시장 저편에서는 "너도나도 돈을 벌고 있다"는 환호성이 들려왔습니다. 그 들뜬 소음은 곧 "나만 뒤처지고 있다"는 박탈감과 질투로 변질되었습니다.
여기에 두 번째 재료인 '금전적 인센티브'가 더해졌습니다. "나도 빨리 벌고 싶다."는 조급함이 판단력을 흐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재료는 '인정 욕구'였습니다. 단순히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을 넘어, 지인들에게 좋은 정보를 공유해 도움이 되고 싶다는 '선의'가 시작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말을 믿고 매수한 지인들의 기대를 마주하는 순간,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투자는 더 이상 자산을 불리는 이성적 행위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저의 안목을 증명해야만 하는, 자아를 건 위태로운 내기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2. 권위에 기댄 편향: 욕망을 합리화하는 도구
조급함에 눈이 멀면, 우리는 '분석'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 행동에 대한 '허가증'을 찾아 헤매게 됩니다. 당시 저에게 결정적인 트리거가 되었던 <이코노미스트>의 기사가 그랬습니다.
평소라면 비판적으로 행간을 살폈을 그 기사가, 당시 제게는 '거부할 수 없는 신호'처럼 보였습니다. 냉정히 말해, 그때 저는 투자를 검토하고 있었던 게 아닙니다. 이미 마음속으로 매수를 결정해 놓고, "내 욕망을 합리화해 줄 권위 있는 증거"를 절실히 찾고 있었을 뿐입니다.
제가 그 기사에서 얻은 것은 '냉철한 인사이트'가 아니라, 이 위험한 도박을 해도 좋다는 '안도감'이었습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정보만을 취사선택하여 내 욕망을 정당화하는 것. 투자자를 파멸로 이끄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의 전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3. 투자는 수익률 게임이 아니다
우리는 왜 이토록 타인의 수익에 예민할까요? 왜 끊임없이 곁눈질하며 괴로워할까요? 우리가 무의식중에 '수익률 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관 투자자들은 '시간'에 쫓기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분기마다 벤치마크(시장 지수)와 성과를 비교해 증명해야만 생존할 수 있습니다. 100미터 달리기처럼 촌각을 다투는 레이스입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인 우리에게는 그럴 의무가 없습니다. 내 자금의 만기는 내가 정합니다. 이것이 바로 개인 투자자가 기관을 이길 수 있는 강력한 무기, '시간의 차익거래(Time Arbitrage)'입니다.
그런데 타인의 수익률을 부러워하고 지수와 나를 비교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 이 강력한 무기를 걷어차고 기관 투자자의 링 위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가는 꼴이 됩니다. 불리한 룰 안에서 쫓기듯 매매하다 결국 넘어집니다.이는 개인 투자자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특권인 '지수(Benchmark)를 무시할 수 있는 자유'를 제 발로 걷어차고, 스스로 비교의 감옥에 가두는 것과 같습니다.
| 기관 투자자 | 개인 투자자 | |
|---|---|---|
| 목표 | 벤치마크(지수) 대비 초과 성과 증명 | 자산의 절대적 증식과 마음의 평화 |
| 제약 | 분기별 실적 압박 | 만기가 없음 (무기한 보유 가능) |
| 핵심 무기 | 정보력, 자금력 | 시간의 차익거래 (Time Arbitrage) |
| 패착 요인 | 단기 성과 부진 시 자금 유출 | 타인과의 비교, 조급함 |
"자신을 타인과, 지수와 비교하지 마라. 그저 좋은 자산을 사고 보유하는 데 집중하라."
이 말은 단순한 도덕적 조언이 아닙니다. 시장 지수를 무시할 수 있는 특권, 그 압도적인 시간의 우위를 포기하지 말라는 생존의 전략입니다. 투자는 수익률 게임이 아닙니다.
또한, 타인의 높은 수익률이 부러울 때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결과를 모른 채로 투자가 시작된 그 당시로 돌아간다면, 나는 그 하이 리스크를 짊어질 수 있는가?"
수익률이라는 '결과' 이면에 감춰진 '리스크'를 직시해봅시다. 그 불안과 공포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그들이 얻은 수익도 부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리스크를 감당할 생각 없이 달콤한 결과만을 탐하는 것은 욕심일 뿐이니까요.
마음 편한 길
오클로의 실패를 통해 저는 비로소 깨닫습니다. 화려해 보이는 타인의 파티장을 기웃거리며 수익을 극대화하려 애쓰기보다, 조금 더딜지라도 내 마음이 편안한 지속가능한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타인을 욕망하는 것을 멈출 때, 비로소 진짜 투자가 시작됩니다. 어제보다 계좌가 얼마나 불어났는가보다, 어제보다 내 마음과 원칙이 더 단단해졌는가를 묻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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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속도가 내 방향이 될 때
사회적 증거, 질투, 그리고 돈. 이 세 가지가 뒤엉킨 '독이 든 칵테일'을 마셨을 때 투자는 도박이 됩니다. 타인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시간의 차익거래'라는 개인 투자자만의 특권을 누리는 법을 이야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