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이 시간이 너에게 선물이 되게 하라 - <명상록>

한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 거창한 다짐을 세우는 대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문장을 조용히 곁에 둡니다.

우리는 내일 어떤 파도가 밀려올지 알 수 없습니다. 투자도, 관계도, 때로는 내 마음조차 뜻대로 되지 않는 날들이 있겠지요. 하지만 그 파도를 맞이하는 저의 태도만큼은 온전히 제가 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되새깁니다.

상황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태도를 선택함으로써 내 삶의 주도권을 갖는 것. 2026년은 그 감각을 잃지 않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며 2025년 마지막 담은순간들을 기록합니다.

1. 나의 작은 세계가 일구어가는 단단함

올해 저를 지탱해 준 것은 운동이었습니다. 2년 전 운동을 시작했을 때의 결심은 단순한 건강 관리 그 이상이었습니다.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왜소한 체격, 스스로 규정 지은 그 한계를 '초월'해보고 싶었습니다.

세상의 많은 일들이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운동만큼은 달랐습니다. 땀 흘린 만큼 정직하게 돌아오는 피드백, 눈에 띄게 변하는 몸의 선, 동작 하나하나가 내 몸에 익어가는 숙련의 과정까지. 이 확실한 피드백과 무언가를 통제할 수 있다는 자유, 그리고 매순간 성장하고 있다는 기쁨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성취감이었습니다. 불확실한 세상에서 제가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결과가 보장된 유일한 세계였습니다.

새벽 5시, 첫차를 타고 헬스장으로 향하는 그 시간. 2002년 월드컵의 뜨거운 함성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재활 루틴에만 집중했던 저의 우상 오승환 선수처럼, 저 역시 매일 같은 시간에 반복하는 행위 속에서 저만의 견고한 세계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비장한 각오로 이를 악물고 버티는 시간은 아닙니다. 영화 <패터슨>의 주인공이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버스를 운전하며 일상의 시(詩)를 써 내려가듯, 저 또한 묵묵한 반복을 통해 삶의 리듬과 생기를 되찾곤 합니다.

감정이 널뛸 때 몸을 움직이면 에너지가 정돈되고, 그 힘으로 다시 삶을 장악할 힘을 얻습니다. 그렇기에 새해에도 저는 이 '나만의 작은 세계'를 소중히 지키려 합니다. 세상은 결코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지만, 적어도 덤벨을 드는 그 순간만큼은 내 의지로 나를 통제하고 있다는 감각을 느낍니다. 그 감각이 저의 일상을 이어나가게 하는 정직한 힘이 됩니다.

2. 뭘하든 스타일리시하게

저는 호불호가 분명한 사람입니다. 좋아하는 일에는 무섭게 몰입하지만, 내키지 않는 일 앞에서는 에너지를 아끼곤 했습니다. 소위 '영혼 없이' 기계적으로 처리하고 넘기는 것, 그것이 효율이라 믿었던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득, 그렇게 무표정하게 흘려보낸 시간들이 제 삶의 고유한 색채를 지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시간을 때우는 것. 그것만큼 스타일리쉬하지 않은 일이 있을까요.

스타일(Style)은 삶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입니다. 아무리 사소한 업무라도, 지루한 일상이라도 내 손을 거치면 결과물이 달라야 한다고 믿습니다. 남들은 "그 정도면 됐다"고 할 때 디테일 하나를 더 챙기는 집요함, 똑같은 보고서라도 문장의 결을 다듬는 정성. 그런 '남다름'이 모여 저라는 사람의 분위기를 만든다고 믿습니다.

모든 순간은 저를 만들어 나가는 재료입니다. 하기 싫다고 대충 흘려보낸 흐리멍덩한 시간들이 모여서 결코 스타일리쉬한 '나'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하찮아 보이는 1분 1초가 켜켜이 쌓여 내 내공이 되고, 훗날 결정적인 순간에 나를 빛내줄 단단한 밑천이 됩니다.

그러니 2026년에는 무엇을 하든 '스타일리시하게' 해내려 합니다. 상황에 끌려가는 무채색의 태도가 아니라, 어떤 순간에도 내 고유의 인장을 찍어내는 주체적인 태도. 그렇게 모든 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온전히 나만의 것으로 만들어낼 때, 비로소 제가 원하는 삶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3.당신의 시간에도 단단한 태도가 깃들기를

고민과 기록을 함께 해주신 구독자분들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결국 우리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시간'과 '마음'인 것 같습니다. 제 이야기에 귀한 시간을 내어주시고, 마음을 포개어 주신 덕분에 저의 1년도 조금 더 풍성해질 수 있었습니다.

새로이 맞이할 2026년, 어떤 거창한 행운을 빌기보다는 소박하지만 단단한 기원을 보냅니다. 우리가 마주할 파도가 높든 낮든, 휩쓸리지 않고 유영할 수 있는 각자만의 '태도'를 잃지 않기를.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매 순간을 선물처럼 여기며, 무엇을 하든 자신만의 방식으로 '스타일리시하게' 살아내는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한 해 동안 감사했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새해에 다시 뵙겠습니다.

태도를 선택해서 살아가는 사람

"현재의 이 시간이 너에게 선물이 되게 하라." 불확실한 세상에서 우리가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것은 파도를 맞이하는 '태도'뿐입니다. 운동을 통해 만들어가는 단단한 세계와, 무엇을 하든 '스타일리시하게' 해내려는 마음가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