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억 5,000만 명의 소비자에게 쉽게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약속은 혁신을 이끄는 강력한 유인책이다."

요약

미국의 각 주가 유럽식 규제와 복지를 하나둘 따라가고 있는데, 그러다 보면 가장 큰 강점 — 3억 5천만 명이 하나의 시장이라는 것 — 을 스스로 갉아먹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연방 의회가 AI 법안 하나 통과시키지 못하는 사이에 5개 주가 제각각 법안을 만들었고, 자율주행차는 노스다코타에서는 달릴 수 있지만 사우스다코타에서는 안 됩니다. 물론 전부 나쁜 건 아니에요. 캘리포니아는 출산 휴가를 일찍 도입하고도 AI 혁명의 본거지가 됐고, 잘못된 정책은 사람들이 떠나면서 자연스럽게 걸러지기도 하니까요. 다만 규제의 파편화는 한번 생기면 되돌리기 어렵고, 단일 시장이라는 힘을 약하게 만든다는 게 기사의 핵심 경고입니다.

담은순간들 생각

3억 5천만 명에게 쉽게 팔 수 있다는 약속이 혁신을 이끄는 유인이 된다 — 이 문장에서 좀 웅장해졌어요. 혁신의 동력이 천재의 머리가 아니라 시장의 크기에서 나온다는 것.

24년 10월 이코노미스트가 미국의 힘을 특집으로 다뤘을 때도 핵심은 이거였습니다. 방대한 에너지 자원, 거대한 단일시장, 유연한 규제와 위기 시 신속한 정부 개입 — 이것들이 합쳐져 역동적인 민간 부문이 인재와 아이디어와 투자를 끌어들이고, 그 역동성이 다시 더 큰 역동성을 낳는 선순환을 만들어냈다는 분석. 미국 테크 7개 기업 시가총액이 영국·캐나다·독일·일본 주식시장을 합친 것보다 크다는 숫자에서 그 무게가 실감됐고요. 그런데 이번 기사는 바로 그 힘의 원천을 미국이 스스로 갉아먹고 있다고 말하고 있어요.

한편, 한국에 대입하면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5천만 시장에 한국어라는 언어 장벽. 스케일의 유인이 태생적으로 약한 나라에서 "처음부터 글로벌을 봐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결국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생각거리

파편화가 혁신을 막는다면 중국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성(省)마다 경쟁하는 구조인데도 혁신이 나오잖아요.

찾아보니 결이 달랐습니다. 중국은 선전 경제특구나 상하이 자유무역구처럼 중앙정부가 특정 지역에 규제 예외를 전략적으로 부여하고 거기서 검증된 걸 전국으로 확산시킵니다. 일종의 통제된 실험이죠.

반면 기사가 우려하는 미국의 파편화는 연방이 움직이지 않으니까 각 주가 제각각 입법하는 것입니다. 표준을 찾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서로 다른 규칙이 고착화되는 것. 파편화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수렴할 메커니즘이 있느냐가 진짜 문제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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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본 것 #1 — 거대한 단일 시장의 힘

3억 5천만 명에게 쉽게 팔 수 있다는 약속이 혁신을 이끄는 유인이 된다. 그런데 미국이 그 힘을 스스로 갉아먹고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