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think I know, therefore I want to be prepared."

요약

워런 버핏이 CEO에서 물러난 뒤 처음으로 CNBC 인터뷰에 나왔습니다. 올해 95세. 달라진 게 있느냐는 질문에 "별로 다르지 않다"고 했어요. 매일 사무실에 나가지만 뭔가를 하는 데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릴 뿐이라고 덧붙이면서요.

사회자가 "시장이 상당히(substantially) 빠졌다"고 하자 버핏이 바로 끊었어요. "Not substantially." 버크셔를 운영하는 동안 50% 이상 빠진 적이 세 번 있었다는 겁니다. 5~6%는 자기 기준에서 빠진 축에도 못 든다고요. $3,500억이 넘는 현금을 쌓아두고 있으니 뭘 기다리는 거냐는 질문이 이어졌는데, 기다리는 게 아니라 매력적인 게 없는 거라고 했어요. 이번 주에도 단기채를 170억 달러 더 샀고, 주식은 딱 하나 조금 산 것(tiny purchase)이 전부였다고 합니다.

그 현금이 왜 하필 단기채뿐인지도 화제가 됐습니다. 사모 대출이 위험하지 않냐고 사회자가 꽤 집요하게 물었는데, 버핏은 "I don't think I know"라고 했어요. 모르기 때문에 무엇이든 대비하고 싶다고요. MMF도 회사채도 안 되고, 오직 미국 재무부가 발행한 것만 들고 있겠다는 겁니다.

인플레이션이나 고용보다 진짜 걱정하는 건 은행 시스템의 안정성이라고 했어요. JPMorgan이 하루에 10조 달러어치 거래를 담보 없이 처리하고 있는데, 평소에는 문제가 없지만 패닉이 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거예요.

연준에 대해서는 인플레이션 목표를 아예 0%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2%를 용인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복리 효과에 따라 극적으로 불어나고, 저축하는 사람은 구조적으로 불리해진다는 거예요. 한편 파월과 볼커를 동시에 "영웅"이라 불렀는데, 금리를 20%까지 올린 사람과 제로로 내린 사람을 같은 선에 놓은 게 인상적이었어요.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모든 대성당 중의 대성당(cathedral of all cathedrals)"이라는 비유를 썼습니다. 다만 그 옆에 카지노가 붙어 있어서 사람들이 두 곳을 오간다고요. 50년 앉아있으면 성당이 이기는데, 사람들은 자꾸 카지노 쪽으로 걸어간다는 겁니다. 복권이나 스포츠 베팅에 대해서도 꽤 강하게 비판했어요. 서민이 거기에 쓴 돈이 세수가 되고, 그 세수만큼 부자에 대한 세금은 안 올라도 되는 구조라고요. "국민을 호구로 만드는 게 정부의 역할이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애플에 대해서는 좀 일찍 팔긴 했지만 여전히 소비자 기업으로 보고 있었어요. "당신 것도 있고, 당신 아이들 것도 있잖아요." 유권자 모두가 쓰는 제품을 정치인들이 건드리기는 어려울 거라는 시각이었습니다.

인터뷰 끝자락에는 빌 게이츠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엡스타인 파일 공개 이후, 버핏은 게이츠 재단 이사직을 한 달 안에 내려놓았어요. 이후로 빌과 전혀 대화하지 않았고, 재단 기부도 올해는 보류하고 있다고요.

그러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는 멋진 시간들을 함께 보냈습니다. 그는 아마 그 누구보다 저를 잘 대해주었을 겁니다. 좋아하는 음식들을 챙겨서 여행을 준비하거나, 중국에서도 월스트리트 저널을 볼 수 있게 해주는 등 내내 지극히 세심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담은순간들 생각

이 인터뷰에서 제일 오래 남은 건 투자 이야기가 아니었어요.

빌 게이츠 대목이었습니다. 엡스타인 파일이 공개된 뒤, 버핏은 수십 년 우정을 가진 사람에 대해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는 멋진 시간들을 함께 보냈습니다. 그는 아마 그 누구보다 저를 잘 대해주었을 겁니다. 좋아하는 음식들을 챙겨서 여행을 준비하거나, 중국에서도 월스트리트 저널을 볼 수 있게 해주는 등 내내 지극히 세심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추억이었다고 말하면서, 현재로서는 연락하지 않겠다고요. 95세에,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사람이, 전국 방송에서.

저는 이런 걸 잘 못해왔던 것 같아요. 추억을 떠올리며 거기에 매이기도 하고, 너무 힘들면 추억 자체를 부정하곤 했거든요. ("너무 많은 세월을 추억 속에서 살았는지 몰라") 기억에 끌려가거나, 기억을 부정하거나. 둘 중 하나밖에 몰랐어요.

버핏은 달랐어요. 추억은 간직한 채, '지금은 아니다'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기억을 부정하지 않아도 되고, 기억에 끌려가지 않아도 된다는 걸 보여준 거예요.

"I don't think I know, therefore I want to be prepared."

이 한 마디가 투자에서도 같은 무게로 작동하고 있었어요. 버핏은 미국 경제에 대해 극단적 낙관주의자예요. "모든 대성당 중의 대성당"이라고까지 했으니까요. 그런데 그 낙관을 3,500억 달러의 단기채와 함께 들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올라간다"고 믿으면서도 "내일 뭐가 터질지 모른다"고 말하며 대비하는 사람이에요.

일이관지(一以貫之). 대가는 경계가 없습니다. 늘 느끼지만 버핏은 투자의 대가를 넘어 삶의 현인으로 다가옵니다.

좋았던 기억을 간직하되, 거기에 붙잡혀 있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그걸 버핏한테서 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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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본 것 #6 — 버핏이 모를 때

95세가 된 워런 버핏의 CNBC 인터뷰를 통해 투자의 대가이자 삶의 현인이 보여준 '대비하는 자세'를 들여다봅니다. 3,500억 달러의 현금을 쥐고 있는 이유부터 수십 년 우정 앞에서도 단호하게 선을 긋는 태도까지, "모른다"고 인정할 줄 아는 용기가 어떻게 삶의 중심을 잡는지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