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문득 ‘시간을 잘 보낸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때가 있습니다. 어쩌면 삶의 많은 부분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에 달려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베블런의 저서 ‘유한계급론’을 읽다가 ‘과시적 여가’라는 개념이 무척 인상적으로 다가온 적이 있습니다. 중요하다고 여기는 특정 가치를 위해 여가 시간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의미 없이 흘려보내던 제 시간들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책에서 말하는 사회적 맥락과는 결이 다르지만, 여가 시간을 어떤 가치를 담아 채워나가는지가 우리 삶의 질과 만족도, 나아가 내면의 성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의미 있는 채움'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눠보고 싶습니다.

자유 속에 찾아오는 혼란

더 많은 여가 시간이 주어질수록 더 큰 혼란을 느끼기도 합니다. 주말 혹은 긴 연휴를 앞두고 ‘잘 보내야 한다’는 강박이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오는 경험, 다들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특별한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지만 막상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 시간을 흘려보내곤 합니다.

"퇴근하고 뭐 하세요?"라는 질문에 선뜻 답하기 어려울 때도 많습니다. 저의 경우 아침에는 부지런히 운동을 하지만, 막상 퇴근 후에는 딱히 정해진 활동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도 분명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능동적으로 선택한 시간이 아니라,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 속에서의 소극적인 시간이라면 한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더욱이 이런 시간이 한두 번 일시적인 것을 넘어 습관처럼 굳어져 퇴근 후 의미 없이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일상이 반복된다면, 우리는 어쩌면 새로운 나를 만나고 삶의 또 다른 즐거움을 발견할 소중한 기회를 스스로에게서 빼앗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저 흘려보내는 시간 속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성장의 씨앗들이 얼마나 많을지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가에도 때로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여가에도 때로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유한계급론’에서 언급된 유한계급 신사들은 자신의 “한가한 삶을 고되게 갈고닦음으로써” 과시적 여가에 어울리게 생활하는 법을 익혔다고 합니다. 그들의 주된 목적이 여가를 통한 사회적 과시에 있었다면, 제가 여가를 통해 추구하는 바는 삶의 의미를 찾고 내면을 채워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공통점은, 어떤 목적이든 가치 있는 여가를 위해서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결국 여가 시간을 어떻게 조각해 나가는가는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향유하며 삶을 주체적으로 가꾸어가는 능동적인 시간 활용의 문제입니다. 적극적으로 나만의 시간을 ‘조각’하려는 의지와 실천은 여가를 넘어, 우리가 삶을 얼마나 주체적으로 대하는지를 보여주는 분명한 지표입니다.

시간으로 숙성되는 진정한 럭셔리

의식적인 노력을 들여 가꾼 여가 시간은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우리 안에 깊이와 넓이를 더하는 소중한 자양분이 됩니다. 그렇게 한 켜 한 켜 쌓인 시간과 경험이야말로 돈으로 살 수 없는 럭셔리 – 넓고 깊은 안목 – 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럭셔리는 값비싼 물건이나 화려한 경험 너머, 오랜 시간 세심한 시선으로 순간을 포착하고 새김으로써 깊어지는 안목일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내면의 자산들은 결코 단기간에 얻어지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연마하고 가꾸는 과정 속에서 생겨납니다.

결국 여가 시간을 잘 보낸다는 것은 진정으로 ‘마음 줄 곳’을 찾고, 그 시간을 통해 스스로를 더욱 풍요롭게 가꾸어가는 창조적인 과정이 아닐까 합니다. 잘 보낸 여가는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빛을 발하며 우리 삶을 단단하게 지탱하는 럭셔리가 되어줄 것입니다.

구독하시면 새롭게 담기는 이야기들을 가장 먼저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나의 시간을 조각하기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의식적인 노력으로 나만의 가치를 담아 시간을 조각해 보세요. 진정한 럭셔리는 그렇게 쌓인 시간과 경험에서 비롯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