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할 것, 좋아하게 될 것

AI가 제 취향에 맞는 여행지와 피자집을 골라주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좋은 추천은 이미 좋아하는 것을 맞히는 데서 끝날까요. 누군가의 안목을 빌려 아직 모르는 세계로 들어가는 일까지 포함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당신의 챗봇은 이제 단 한 명의 청중, 바로 당신만을 위해 만든 피자 한 조각을 내놓을 준비가 돼 있다.”

기사 요약

여행 정보를 얻는 방식이 가이드북에서 리뷰 플랫폼으로, 다시 TikTok과 AI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AI도 TikTok처럼 사람들을 똑같은 장소로 몰고 갈 것 같지만, 기사는 반대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AI는 사용자의 취향과 과거 맥락을 반영해 사람마다 다른 여행을 추천할 수 있습니다. 대중에게 가장 좋은 곳이 아닌, 한 사람에게 가장 맞는 곳을 추천하는 거죠.

담은순간들 생각

AI가 사람마다 다른 답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로웠지만, 개인화가 늘 좋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필터버블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나에게 맞는 것”을 잘 찾아주는 능력 때문에 역설적으로 “제가 아직 좋아하는지조차 모르는 것”을 만날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AI가 제가 현대미술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해볼게요. 현대미술 공간을 추천하고, 제가 만족하면 다음에도 현대미술을 추천합니다. 그러면 AI는 제가 현대미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점점 더 확신하게 되고, 저는 다시 그 안에서 만족합니다.

추천은 정확해지는데, 저는 조금씩 좁아집니다. 사람마다 다른 곳을 추천할 수 있어도, 제게는 매번 ‘나다운 것’만 반복될 수 있는 거예요.


개인화라는 말을 수요자 쪽에만 가두지 않고, 공급자가 자기 취향과 안목으로 세계를 큐레이션하는 방식까지 확장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언젠가 읽은 이코노미스트의 Why travel guidebooks are not going anywhere」에서는 여행 가이드북의 차별성은 더 이상 모든 정보를 빠짐없이 담는 데 있지 않고, 진정성과 큐레이션에 있다고 했습니다. 정보가 넘칠수록 오랜 시간 쌓인 신뢰와 브랜드의 안목이 중요해진다는 거죠.

AI가 제공하는 건 수요자 쪽의 개인화입니다.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제게 맞는 여행지와 피자집을 골라주는 거죠. 큐레이션은 공급자 쪽의 개인화로도 볼 수 있습니다. Lonely Planet이나 제가 좋아하는 Monocle은 편집자들의 취향과 안목을 통과한 세계를 독자에게 건넵니다. 저는 그들이 고른 세계를 믿고, 제 취향 바깥을 바라보게 됩니다.

AI는 우리 모두를 같은 장소에서 해방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대가로 각자를 자기 취향 안에 가둘 수도 있습니다. 반면 편집자의 안목은 낯선 세계로 독자를 초대해 독자의 취향을 넓혀줄 수 있습니다.


요즘 제 마음은 이미 좋아하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데서, 제가 아직 좋아하는지조차 모르는 것을 만나는 쪽으로 향합니다. 제 취향 바깥으로 일부러 한 걸음 나가보는 탐색(exploration)을 남겨두고 싶은 거죠.

독서모임을 하는 이유도 비슷한 것 같아요. 제가 혼자라면 고르지 않았을 책을 만나기도 하고, 같은 책을 전혀 다르게 읽어낸 사람의 해석을 만나기도 하니까요. 제 취향에 맞는 것을 골라주는 알고리즘과는 다른 방식으로, 독서모임은 제 안에 다른 입력을 넣는 아날로그적 알고리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추천은 제 취향을 정확히 맞히는 일일까요. 제 취향 바깥까지 데려가는 일일까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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